super-real은 리얼한가?
현실을 추론하기 위한 방법들에 대하여
super-real은 리얼한가?
super-real에 대한 맥락을 따라잡는데
생각보다 시간이 오래 소요되었다.
내가 이해한 바에 따르면, super-real의 개념은 다음과 같다고 여겨진다.
사회를 살아감에 있어서 중요하게 여겨지는 사회 행동 역량을 하나의 이상적인 인간형(셜록/제인)을 토대로 재구성한 하나의 인간 역량 모델로 정량화 하고, 그것을 장기간 훈련할 수 있는 시스템을 만들고자 하는 것
물론, 그런 아이디어 자체는 재미있다고 생각한다. super-real에서 주장하는 것 처럼, 같은 현실세상에서라도 훨씬 많은 정보와 의미를 읽어내고, 그걸 바탕으로 사고하는 사람에게는 그 현실의 해상도가 다를 수 있다는 가설에는 충분히 동의한다.
가령, 언어처럼.
포르투갈어를 어느정도 구사할 줄 알고 포르투갈의 역사와 맥락에 대해 어느정도 지식이 있는 사람이 포루투갈 여행과 아무런 맥락 없이 패키기 관광으로 사진만 찍기 위한 포르투갈 여행은 그 해상도가 완전히 다를 수 밖에 없다.
그러나, super-real에 대한 길고 긴 대화를 읽고 있자니, super-real에서 달성하고자 하는 '세상의 해상도를 높이기 위함' 이라는 목표는 언어나 특정 학문 분야 처럼 보편적인 법칙이나 Rule을 이해하는 것 보다는 셜록이나 제인과 같은 초인적인 인간의 '능력'의 재현에 보다 초점을 맞추고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
높은 현실해상도 → 더 정확한 추론 → 더 나은 예측 → 더 효과적인 개입 → 더 뛰어난 현실 대응능력
즉, super-real이 지향하는 현실에 대한 높은 해상도를 달성하기 위해 언어와 같은 암묵지 그 자체가 아니라 셜록과 제인이 갖춘 것 같은 초인적인 ‘관찰력과 추론 능력’ 에 집중을 하는것 이라고 이해를 했다. (물론 내가 잘못 이해했 수도 있다)
물론, 관찰력이나 추론 능력은 지성을 이루는 뼈대에 해당하는 것도 맞고 나 또한 그를 중요하게 생각한다. 하지만, 오히려 현대사회에서는 타인과 현상을 바탕으로 한 추론 보다는 암묵지에 해당하는 데이터 리터러시를 주축으로 한 관점이 좀 더 적합하지 않나 하는게 내가 주장하고 싶은 핵심 의견이다. 이는 마지막에 다루도록 하겠다.
따라서, 우선 super-real에서 주요하게 다루고 있는 '관찰'과 '추론'을 바탕으로 한 세상의 해상도를 올리는 방식이 가지는 맹점에 대해 얘기해보고, 그 다음으로 그를 보완할 방향에 대해 다뤄보도록 하겠다.
가추적 추론의 문제 ~ 셜록의 세상은 우리의 세상과는 다르다
super-real을 단순히 개념적으로 사용할 것이 아니라, 셜록이라는 전인적 인간을 목표로 누군가가 최소한 일반인 보다 나은 수준의 해상도를 '습득' 하도록 하는 게 목적이라면, 생각해봐야 하는 관점이 있다. 바로 '추론의 재현가능성'이다.
규칙: A이면 B다.
관찰: A다.
결론: B다.
누군가에게 뭔가를 가르칠 때는 그것이 연역적 사고를 통해 동일한 결과를 도출해낼 수 있어야 한다. 누가 수행하더라도 규칙을 제대로 적용했다면 B에 도달해야 한다.
반면 셜록 스타일의 가추적 추론은
관찰 E가 있다.
E를 가장 잘 설명하는 원인은 무엇인가?
라고 묻고, 여기서 어떤 가설을 떠올릴 수 있는지에 대해서는 개인이 갖고 있는 가치관, 암묵지에 따라서 다르다.
가령, 《네 개의 서명》에서 셜록이 왓슨의 구두에 묻은 흙을 토대로 왓슨이 우체국에 가서 전보를 친 사실 알아내는 과정을 들여다보자.
그가 관찰을 통해 알아낸 것은 다음과 같은 사실들이다:
왓슨의 발등에 황토 흙이 묻어 있다.
우체국 건너편 도로는 공사 중이라 흙이 드러나 있다.
그 붉은 흙은 그 지역 특유의 것이며 런던 다른 지역에서는 보기 어렵다.
우체국에 들어가려면 반드시 그 흙 위를 밟고 지나야 한다.
왓슨의 신발에 묻은 흙과 공사 구간의 흙이 일치한다.
그리고 셜록은 해당 관찰을 토대로 다음과 같이 추론한다.
우체국은 편지나 소포를 부치거나 전보를 보내는 곳이다.
그러나 아침 내내 지켜본 바 왓슨은 아무런 편지도, 소포도 들고 나가지 않았다.
그러면 우체국에 가서 전보를 치는 것 말고 무엇을 할 수 있을까?
→ “불가능한 요소를 다 지워버렸을 때 남는 것 하나가 진실임에 틀림없다.
그러나, 현실은 소설보다 훨씬 복잡하다. 다음 중 하나라도 존재한다고 가정해보자.
셜록이 모르는 사이에 그 지역에 새로운 공사현장이 생겼다.
셜록이 보지 못하는 사이에 왓슨이 미리 편지를 써뒀었다.
왓슨이 우체국에 들어가려다가 가지 않고 도로 나왔다.
왓슨이 우체국에 소포나 전보를 부치러 가지 않고 편지를 수령하러 가거나, 우표를 사러가거나 화장실에 갔다.
이 중 어느 하나라에 해당되더라도 셜록의 추론은 100% 틀린 추론으로 귀결되고 만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셜록과 제인은 불확실한 증거를 바탕으로 지나치게 높은 정확도로 정답에 도달한다. 이와 같은 비현실적인 능력은 셜록과 제인과 같은 인물의 능력은 독자나 시청자로 하여금 카타르시스를 주기위한 목적으로 폐쇄된 계(Closed World)로 구성되어 있다는 점을 시사한다.
즉, 셜록이나 제인이 추론을 하는 세계관 자체가 '현실'을 바탕으로 한 곳들이 아니라 주사위처럼 정해진 일이 일어날 수 있는 가능성 자체가 제한된 계 라는 것.
<마치 모든 것이 논리적 코드에 짜여진 매트릭스 세계관 처럼>
그러나, 현실에는 작가가 없다. 셜록 세계관에서는 그 흙이 특정 지역을 의미할 수 있다. 근데 현실에서는 공사장에 갔다 왔을 수도 있고, 화분을 옮겼을 수도 있고, 어제 묻은 걸 수도 있고, 친구 차에서 묻었을 수도 있기 때문에, 그 모든 가짓수를 우리가 통제할 수 없다.
오히려 열린 계를 닫힌 계로 바라보고 훈련을 시작한다면 현실을 보다 높은 해상도로 보고자 시작했던 훈련이 복잡한 상황이나 맥락을 이해하려 하지 않고, 자신이 관찰한 단서 하나로 상대를 다 파악했다는 오만한 태도를 갖게할 여지가 생겨난다.
“부인이 바람을 피는군요?”
“네? 그럴리가 없어요.”
“지금 당장 집에 뛰어가 보시오”
실제로 셜록이든 제인이든 현대에 있어서 극히 오만하고 사회성 낮은 캐릭터로 그려지는게 잘못된 것이 우연은 아닐것이다.
만약, 셜록이 가진 폐쇄된 계를 잘 활용할 수 있는 분야가 있다면, 의학처럼 원인과 단서가 이미 닫힌 계에 해당되는 분야일 것이다.
그리고 우리는 이미 그런 캐릭터를 알고 있다.

닥터 하우스는 셜록이라는 캐릭터에 대한 현실버전에 해당된다.
진단분야는 특히나 원인과 결과가 명확하기에 연역적인 추론과 가추 및 소거법등이 적극적으로 사용되는걸 확인할 수 있다.
그러나, 우리는 셜록도 제인도 하우스도 아니다.
현실에서 진짜 위험한 사람은 관찰을 못하거나 정보를 모르는 사람이 아니다. 오히려 머리 좋고, 관찰력 좋고, 추론능력까지 좋은 사람이 자기 판단을 너무 믿기 시작하는게 현실적으로 더 많은 문제와 더 큰 위험을 불러일으킨다.
여기 다음의 예시가 있다.
미래를 알 정도로 통찰력을 갖추면 이익을 거둘 수 있을까?
~ Crystal Ball Challenge
이에 대해 엘름 파트너스(Elm Partners)가 진행한 Crystal Ball Challenge 라는 프로젝트가 이에 대한 좋은 예시라고 생각한다.

이 프로젝트의 시작은 하나의 평범한 트윗에서 시작되었다.
블랙스완으로 유명한 나심 니콜라스 탈렘 선생이 다음과 같은 트윗을 작성했다.
"내일의 뉴스를 미리 보여주는 수정구슬이 있어도,
대부분의 투자자는 1년 안에 파산할 것이다"
엘름 파트너스의 관계자들은 바로 그 아이디어에 착안해서 Crystal Ball프로젝트를 만들었다.
방식은 간단하다. 각 투자자에게 내일 뉴스의 헤드라인을 주고, $50의 자금으로 투자를 하게 해서 많은 이익을 거두는지 본다.
결론은?
무려 미래의 정보(내일자 뉴스 헤드라인)을 알고 있음에도
오직 51.5%의 투자자들만이 이익을 얻었다.
그리고 그 이익금조차 단 3%에 불과했다.
내용을 자세히 뜯어보니, $50의 초기 투자금마저도 크게 잃어버린 사람들이 있었다. 미래를 알고 있다는 오만함 때문에 레버리지를 20배, 50배 끌어써서 한 번에 크게 배팅하다가 망한 경우가 많았다는 것.
게다가 현실 금융 시장은 뉴스를 보는 투자자들의 심리, 기대감, 연준의 반응 등 사전에 정의되지 않은 수많은 변수가 얽혀 있는 열린 계이기 때문이다. 즉, 내일 뉴스를 지금 알았다고 하더라도 증권은 수많은 변수로 인해 요동치는 열린계이기 때문에 추론대로 흘러가지 않았던 것이다.
즉, 미래를 예측할 수 있는 통찰(관찰과 추론을 뛰어넘은 순수한)을 가지고 있더라도 그것이 열린계에서는 손쉽게 치트로 사용될 수 없다는 증거라고 생각한다. 이는 셜록과 제인이 살아가는 닫힌 계와 우리의 열린 계가 얼마나 다른지를 보여주는 사례이자, super-real이 경계해야 하는 핵심적인 반면교사라고 생각한다.
평범한 사람은 틀린 결론 하나를 만들고 끝날 수도 있는데, 머리 좋은 사람은 그 틀린 결론에 근거 열 개를 붙여서 거대한 성을 지을 수 있다.
똑똑하다는 건 반드시 진실에 가까워진다는 뜻이 아니기에. 때로는 그냥 자기 오류를 훨씬 정교하게 포장하려 하려드는걸 막는 시스템을 만드는 것이 super-real이 가야할 중요한 포인트가 아닐까?
그렇다면, 열린 계인 현실에서의 진짜 super-real은
고전적인 탐정처럼 단서 하나 보고 정답을 맞히는 게 아니라
“현재 정보로는 이게 제일 가능성이 높다. 하지만 아직 확정할 순 없다.”
라고 끊임없이 자신의 추정을 업데이트하면서, 결코 항상 확률을 머리속에 넣고 행동하는 것이 아닐까 라고 생각해본다.
가령, 네이트 실버의 Silver Bulletin 의 경우에는 현실에서 일어나는 매 사건에 대해 베이지언 업데이트를 통해 예측 확률을 산출해서 공개한다. 이정도로 정교한 모델을 가질 수는 없겠지만 오히려 이와 유사한 일을 현실에서 끊임없이 시도해보는게 더 유의미 하지 않을까 하는것. 이에 대해는 이후 베이지언 편에서 조금 더 자세히 다뤄보도록 하겠다.
숙달되기엔 너무 복잡한 super-real
또한, 문제는 하나 더 있다. 가뜩이나 복잡한 super-real 이론을 일반인이 훈련 가능할 정도로 어떻게 시스템화 하는가? 하는 것.
가령, 제공된 문서에 의하면 super-real의 주요 요소는 다음과 같다.
P — Perception 관찰 해상도 남들이 지나치는 유의미한 변화를 얼마나 포착하는가
K — Knowledge 지식 호출 필요한 지식을 얼마나 정확하고 빠르게 끌어오는가
A — Association 연관성 서로 먼 정보 사이에서 유효한 관계를 발견하는가
C — Causality 인과추론 상관·우연·인과를 구별하는가
I — Imagination 가설 생성 하나의 현상에 복수의 설명을 만들어내는가
M — Mentalization 인간 모델링 타인의 믿음·욕망·의도를 얼마나 정확하게 모델링하는가
X — Intervention 현실 개입 어떤 질문·행동을 해야 숨은 정보가 드러나는지 아는가
F — Foresight 예측 현재 정보로 이후 상태를 얼마나 정확히 예측하는가
Ω — Metacognition 자기교정 자신의 편향·오판·과신을 발견하는가
R — Resolution Control 해상도 통제 필요한 순간에 필요한 인지능력을 선택적으로 집중하는가
개념을 만든 본인이야 그것에 대한 맥락이 잡혀 있으니 상관없다 치지만,
이걸 실제 사람. 게다가 유아에게 가르치려고 하면 큰 문제가 생긴다.
운영체제(OS)가 너무 무거운 나머지 모든 시스템 자원을 독점하게 되는 것.
이걸 다 이해시키려고 하는 순간, 현실을 잘 보게 만드는 훈련이 아니라 프레임워크를 잘 외우는 훈련이 되어 버린다.
가령, 운전을 예시로 들면, 실제 운전을 잘하는데 필요한 것은 비교적 단순하다.
차량의 조작 기본을 배운다.
교통 법규와 운전 관련된 규칙을 학습한다.
몸에 숙달될 수 있도록 반복해서 훈련한다.
그러나, 여기에 F1 레이서 레벨의 뭔가(즉, 셜록과 제인에 해당되는)를 가르치려고 하면, 일상적인 애들에게 바랄 수 있는 이상한 것들이 추가되기 시작한다.
초인적인 반사신경을 기르기 위한 기초 반사 훈련
차량 엔진과 토크에 대한 프로 레벨의 학습
언더스티어와 오버스티어와 같은 차량 조작과 조향과 브레이크 조작방식을 통한 차량의 통제 방식을 습득
공기역학에 대한 이해.
강렬한 g를 버틸 수 있는 신체적 훈련
스폰서를 얻어낼 수 있는 쇼맨쉽
타이어 관리 방법
다른 차량의 라인을 읽고 그걸 이용할 수 있는 지능
내 생각엔 처음부터 F1 레이서가 될 아이가 있다고 하더라도 엔진 설계도부터 공부시킬 필요는 없다고 생각한다. 자연스럽게 카트를 몰게하면서 일단 운전에 대한 흥미와 재미를 끌어올리는 게 우선시되어야 한다. 그러나, 현재 super-real에서 도출된 사고 훈련 방식은 정확히 F1 레이서가 되기 위한 방식이다.
그래서 난 오히려 SUPERREAL의 시작은 훨씬 단순하고 원초적인 규칙을 하나 설정한 뒤에 거기서 파생되어야 한다고 생각한다. 현재의 프레임워크는 성인이 숙달되기에도 버겹다.
어떻게 보완할 것인가?
다행히도 열린 계에서 어떻게 관찰하고 결정할 것인가에 대해서는
다양한 연구결과 들과 많은 행동 이론들이 나와 있다.
그 중 몇 가지를 소개하고 싶다.
1. Recognition-Primed Decision Model, 인식 기반 결정 모델
샤브리나 코헨이 쓴 책 <소방관의 선택>에 나온 게리 클라인이 주창한 RPD(Recognition-Primed Decision Model, 인식 기반 결정 모델)이 그 첫 번째다.
"너무 많은 선택지는 자유보다 오히려 마비를 가져온다."
열린 계에서는 관찰을 통해 어떻게 정보를 습득할지 보다도 너무 많이 그리고 빨리 쏟아지는 정보 중 연관성 있는 정보를 어떻게 빠르게 처리할 것인지가 관건이다.
그러나, 어느 것이 가장 최선의 선택인지를 알 수 없는 상황에서 결정 그 자체를 유보해버리게 되는 현상이 발생한다. 앞뒤 좌우가리지 않고 아무것이나 선택해버리거나, 선택 그 자체를 유보하는 것이다. 이를 의사결정 마비(decision paralysis)라고 부른다.
즉, 모든경우에서 완벽하게 옳은 의사결정을 할 수 있을 확률은 불가능에 가깝다.
PRD는 셜록의 경우 처럼 추론의 정답을 도출하기 위함이 아니라, 정답을 찾을 수 없는 극단적인 상황하에서 가장 효율적으로 틀리지 않을 방식을 찾기 위한 목적으로 도출된 목적이며 이 모델에 따라 의사결정을 하기 위한 프로세스를 결정 제어 프로세스(Decision Control Process) 라고 일컫는다.

<결정 제어 프로세스(Decision Control Process)>
결정 제어 프로세스는 직관과 이성을 동시에 작동시키는 사고 기법이다.
본능을 최대한 활용하되, 이성적 관점을 최대한 녹여내기 위한 방법(method)이다.
방법은 어떤 결정을 내리기 전에 다음의 세 가지 질문을 빠르게 던져보는 것이다.
첫 번째 질문은 목표 확인.
이 결정으로 내가 이루고자 하는 것은?
두 번째 질문은 예측.
어떤 결과를 얻으리라 예측되는가?
세 번째 질문은 (실익)비교
이득이 위험을 얼마나 능가하는가?
이 과정은 목표를 재확인하고, 상황 인식력을 구체화하고, 위험과 이득을 저울질해서 더 나은 결정을 유도한다. 시간적 여유를 가지고 분석을 거친 후 내리는 결정과 직관적 결정, 두 가지 모두 효과적일 수 있다는 사실을 인정하는 기법이다. 이는 지나치게 직관에만 의존하는 것을 막아주는 안전장치 역할을 해준다.
목표를 재확인하는 것은 이결정으로 이루고자 하는 목표가 작전의 전반적인 목적에 얼마나 부합하는지를 확인할 수 있도록 한다. 결과를 예측하도록 하는 것은 상황 인식력을 향상시키고, 퍼즐 그림을 더 자세하게 완성하는 데 도움이 된다. 그리고 의식적으로 위험과 이득을 저울질하는 것은 전체적으로 더 나은 결정을 유도한다.
이를 위해서 개리 클라인은 다음과 같은 훈련 방법을 제시한다.
첫째, 정보의 홍수 속에서 뇌가 제대로 작동하게 하기 위해서는
독립적으로 생각할 수 있는 공간과 시간 여유를 확보한다.
→현재의 일은 일상과 습관에 위임하되 하루, 한 달, 일 년 후의 미래를 예측하고 대비
둘째, 평소에 정보를 미리 손질해둬서 선택지를 3~4가지 시나리오로 묶어서 관리한다. 의식적으로 결정해야 할 양을 최소화 시키는 연습을 하는 것
(감당할 수 있도록) 정보를 압축(ogranizing)한다.
그로 인한 가능성을 (감당할 수 있는 갯수의) 선택지로 줄인다.
(down-sizing or categorizing)
셋째, 그리고 매 행동을 옮기기 전에 스스로에게 물어본다.
이 결정으로 내가 달성하고자 하는 목표는 무엇인가?
이 결정으로 어떤 결과를 얻을 것이라 예측하는가?
이 결정으로 얻을 수 있는 이득이 위험을 얼마나 능가하는가?
→ 이를 통해 단순히 관점의 고착화를 방지하고, 직관만을 사용해서 상황을 판단하는 것을 예방
2. Bayesian statistics
두 번째 소개할 것은 18세기 영국 목사 토머스 베이즈Thomas Bayes에서 이름을 따온 베이지언 통계학(Bayesian statistics) 이다.
토머스 베이즈는 복잡한 문제를 풀기 위해 확률을 사용하는 방법에 대한 아이디어를 제시했는데, 그의 이론은 사전 정보를 바탕으로 미지의 사건의 확률을 추정하는 것에 초점을 맞추었다. 이는 '사전 확률'을 어떻게 '사후 확률'로 업데이트할 수 있는지 설명하는 베이즈 정리의 근간이 되었다.
“사건이 일어날 가능성에 대한 확률적 표현”
베이즈 정리는 세상은 본질적으로 불확실한 대상이 아니라고 말한다.
그러나 세상에 대해 당신이 보이는 주관적 인식이 사실은 진리에 대한 어림짐작에 지나지않음을 인정하라고 요구한다. 또한 예측은 발전을 측정할 수 있는 척도다.
어떤 현상을 관찰하고 → 이 현상을 설명할 가설을 세우고 → 설정한 가설에서 예측을 정식화한다 → 그 예측을 검증한다.
그리고 그 예측을 검증하는 과정에서 사후확률을 베이즈 정리를 이용해 재수정하는 것이다. 이것의 특징은 우리에게 더 많은 증거와 자료들이 주어 질수록, 우리가 가진 믿음 들은 저절로 진리를 향해 수렴한다고 보는데 있다.
베이즈 정리는 알려진 3개의 변수와 알려지지 않은 1개 변수가 동원된 대수적 표현이다. 베이즈 정리는 조건부 확률CONDITIONAL PROBABILITY와 관련이 있다.
즉, 어떤 사건이 일어났다는 전제 아래 이론이나 가설이 참이나 거짓일 확률을 따진다는 말이다.
새로운 자료가 없는 상태에서 어떤 사건이 일어날 확률에 대한 가정이 필요한데, 이를 사전 확률(prior probability)이라 한다.
사건이 일어났다는 가정 하에서 새로이 가지게 된 자료가 관측될 확률을 가능도(likelihood)라고 한다.
사전확률과 가능도를 이용해서 새롭게 계산한, '(새로운 자료로 미루어보아 새롭게 판단한) 어떤 사건이 일어날 확률'을 사후 확률(posterior probability)이라고 한다.
베이즈 정리의 분모에 해당하는 부분은 가능도를 구할 때 조건으로 걸린 사건의 확률이다. 기능적으로는 사후 확률이 확률의 정의(0 이상 1 이하여야 한다)를 충족시키도록 사전확률과 가능도의 곱을 보정해주는 역할을 한다. 위와 같은 예에서는 쉽게 계산할 수 있고 엄밀하게 사후확률을 구하려면 반드시 필요한 부분이지만, 실제로 생각보다 계산이 까다로울 경우 등식을 비례 관계로 바꾸고 생략할 수도 있다.
이러한 베이즈주의에 입각해 예측할 때는 자기가 다른 누구보다도 잘 알고 있다는 생각에 사로잡혀 자기 예측에 집착하지 않고, 다른 사람들이 하는 예측에 관심을 기울이고 거기에 맞춰 내 예측을 조정해야 한다.
가령, 우리가 확률적 추정을 한다고 치자, 처음에 시작할때는 그 추정이 변변찮을 수 밖에 없다. 그렇지만 이는 그저 출발점일 뿐이다.
베이즈정리에서는 새로운 정보를 확보할 때마다 기존의 추정을 수정해서 조금씩 더 나아지게 한다. 베이즈 정리는 매 사건마다 베이지언 업데이트를 통해 실현 확률을 재계산한다.
이를 가장 직관으로 보여줄 수 있는 예시가 여론조사에 해당한다. 네이트 실버의 실버불레틴에서 다룬 How popular is Elon Musk? 포스팅을 예시로 들어보자

이 포스팅에서는 대중들이 일론 머스크라는 개인을 얼마나 좋아하고 싫어하는지를 시각화 해서 보여주고 있다. 각각의 여론 조사들의 결과를 맹목적으로 보여주기만 하는게 아니라, 개별 여론조사들에 대해서 각각의 결과를 업데이트 하는 것이다.

여기에 따르면, 일론머스크에 대한 대중의 호의가 트럼프 내각에 참여하기 시작하면서 부정의 다리를 건너서 돌아올 수 없는 상태가 됐다는 걸 알수 있다.
누군가가 미국인들은 일론머스크를 좋아하는가? 라고 물으면 대다수는 싫어한다 라고 얘기할 수 있는것
물론, 우리 개인은 여론조사를 벌이거나 할 수는 없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우리에게는 직관이 있다. 베이지언 통계학이 재미있는 점은 개인의 직관을 이용한 방식조차도 유사하게 흘러간다는 것이다.
가령, 2026년 부동산 가격이 상승할 것인지에 대한 부동산 뉴스를 바탕으로 다음과 같이 간단하게 계산해볼 수도 있다.
시작 (0주차) | 상승 가능성 50.0%
[초기 상태] 상승/비상승 가설에 대해 오를지 내릴지 알 수 없는 완전 중립 상태
1월 2주 (2주차) | 상승 가능성 39.4%
[대출 규제] 수도권 스트레스 DSR 3% 상향 및 은행 위험가중치 하한 적용 발표로 자금 조달 제약 및 하락 우려 확대
2월 2주 (6주차) | 상승 가능성 46.7%
[거래량 회복] 1월 주택 매매 거래량 6.1만 건(6개월 연속 6만 건 상회) 기록으로 바닥 매수세 확인 및 가능성 회복
3월 2주 (10주차) | 상승 가능성 38.0%
[강남권 조정] 규제 영향으로 서울 강남권 6주 연속 매매가 하락 및 매물 증가하며 전체적인 하락 심리 확대
4월 4주 (16주차) | 상승 가능성 52.5%
[상승 전환] 한국부동산원 동향 기준 서울(+0.15%), 경기 화성(+0.41%) 등 외곽 및 선호 단지 중심으로 반등 시작
6월 1주 (22주차) | 상승 가능성 62.4%
[전셋값 상승] 서울·수도권 아파트 전셋값이 지속 오르며 매수 전환 수요를 자극해 매매가 지지선 형성
7월 4주 (30주차) | 상승 가능성 77.7%
[공급 가뭄] 2026년 하반기 신규 아파트 입주물량 가뭄 본격화 및 준공 급감으로 상승 가능성 대폭 증가
8월 4주 (34주차) | 상승 가능성 89.3%
[오름폭 확대] 주간 아파트 가격 동향(서울 매매 +0.29%, 전국 +0.11%) 오름폭이 가속화되며 상승 국면 정착
10월 3주 (42주차) | 상승 가능성 87.6%
[금리 고점] 기준금리 인하 기조에도 시중은행 주담대 금리가 고점(5%대)을 유지함에 따라 상승세가 잠시 주춤하며 소폭 조정
12월 4주 (52주차) | 상승 가능성 94.7%
[연간 확정] 2026년 연간 집계 결과 서울 및 수도권 매매가 연간 상승세가 최종 확정됨
직관을 사용하게 되면, 특정 몇몇 뉴스에 대해 확증편향이 생기기 쉽다.
베이지언 업데이트를 통해 해당 뉴스가 확증편향인지 아닌지에 대한 최소한의 도구를 가지게 되는 것. 직관에 대한 일종의 안전벨트처럼 사용할 수 있다. 물론, 그럼에도 불구하고 해당 직관을 정확히 내리기 위한 암묵지를 이해하기 위해 공부하고 노력해야 하는 것은 다를 바 없지만 말이다.
3. 제텔카스텐(Zettelkasten)
독일의 학자인 니클라스 루만이라는 아저씨가 있다. 그는 우리가 단어를 외울때 사용하는 것 같은 작은 메모지를 이용한 지식 저장 방식을 고안해냈는데, 그게 바로 제텔카스텐(Zettelkasten)이다. (제텔카스텐이란 독일어로 제텔(메모) + 카스텐(상자) 라는 뜻이다.)
엄밀히 말해 제텔카스텐은 메모를 통해 아이디어를 정리하는 방식이지 우리의 직관과 추론을 사용하는 방식은 아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 방식을 추천하는 것은 이 부분이 우리의 암묵지를 통해 추론에 필요한 정보를 처리하기에 엄청나게 유용하기 때문이다.
<니클라스 루만의 제텔카스텐>
사용법 자체는 단순하다. 하루에 책을 보건 TV나 영화를 보건 어떤 인사이트나 지식을 새로 알게되면, 그것을 자기 자신의 언어로 정리하여 메모를 한다. 그리고 분류(태그&키워드)에 따라 메모상자에 넣어둔다.
자신의 언어로 정리하는 이유는 타인으로부터 얻은 지식에 표상representation이라는 차원을 첨가함으로 인해 단순히 지식을 수집하는 것이 아니라, 내 언어로 새롭게 재정립하여 미메시스(mimesis)화 한다고도 볼 수 있다. 그리고 태그와 키워드와 인덱스 페이지에 기록하여, 추후 내가 해당 기록에 접근할 수 있도록 한다.
이같은 방식 자체가 대단한 게 아니다. 실제로 연암 박지원도 비슷한 종류의 지식 기록 시스템을 가지고 있었다고 한다.
지식을 보존하기 위한 시스템 그 자체 보다도 우리가 한평생 살아가면서 쌓아가는 지식을 서로 연결하는 인덱스로서의 시스템이 훨씬 중요하다.
인간은 지금 당장 눈에 보이지 않는 것의 연관성을 떠올려내거나, 추론해내기 거의 불가능한 뇌구조를 가지고 있다.
우리가 a라는 지식을 습득해서 머릿속에 넣어두고, '시간이 지난 후'에 유사한 b라는 지식을 습득했을 경우, a와 b의 유사성을 캐치해내기가 거의 불가능에 가깝다. 따로 a와 b와의 연관성을 기록해둔 문서가 없다면 말이다.
그리고 제텔카스텐은 그런 상황에서 유익하게 쓰인다.
하나의 현상이나 원리를 가리키는 여러가지 용어나 개념들을 인덱싱을 통해 묶어서 정리함으로써 우리 뇌에 각 현상과 원리에 대한 연결성을 강조해서 보여주는 역할을 해주는 것이다.
가령, 예를들면 재현성위기reproducibility crisis라는 개념이 존재한다. 이는 연구 발표 당시 학계에 큰 영향을 미친 연구결과들이 재현 불가능한 것으로 드러나 후속 연구와 학계에 대한 권위가 실추되는 현상을 뜻하는데, 2010년대 이후로 연구계에서 큰 이슈로 떠올랐다. 대표적으로 우리나라에서 황우석 교수나 일본의 만능세포연구로 떠들썩 했던 와타나베 요시노리의 실험 결과 조작이 재현성위기의 사례에 속한다고 할 수 있다.
여러가지 책을 보면서 숱하게 재현성 위기를 겪고 있는 케이스를 접하게 되는데, 여기에 대해서 내가 따로 인덱싱을 해놓지 않는다면, 시간이 지난 후에 재현성 위기로 문제를 겪은 사례가 뭐였지..?라고 스스로에게 되물어도 가장 유명한 몇개의 사례들을 제외하고 내가 분명히 읽었던 내 지식에 접근할 방법은 없다. 우리의 뇌는 그런식으로 기억을 저장하지 않기 때문이다. 따라서, 그런 경우에 가장 합리적인 해법은 미래에 내 지식이 그런 곳에 쓰일 수 있는 가능성을 염두에두고 미리 지식을 습득했던 시점에 인덱싱을 해두고, 처리를 해 둘 방법 밖에 없다.
만약에 내가 과거에 이 같은 부분들을 기억하고 적절한 방식으로 인덱싱을 해뒀다면,
내가 동일한 지식에 묶인채 과거에 붙들려 있을 필요는 없었을 것이다.
제텔카스텐의 훌륭한 점이라면, 비용이 거의 들지 않고, 숙달될 경우에 가공할 생산력을 뽑아낼 수 있다는 것 이지만,
거꾸로 말하자면 숙달되기 위한 러닝커브가 굉장히 가파르다는 말과 동일하다.
대부분의 사람들은 제텔카스텐이 재미있는 메모방식이라고 생각하고 가볍게 접근하는 경우가 많지만,
실제로 메모를 시작해보면, 이건 하나의 종교(라이프스타일)에 가깝게 매진해야만 된다는 사실을 깨닫고는 기겁하게 된다. (실제로 이 방식을 개발한 니클라스 루만의 경우에는 삶이 전적으로 제텔카스텐을 중심으로 돌아가고 있었다.)
마치며
super-real의 훈련 시스템을 위해서는 우선 super-real이라는 것이 무엇인지 정확히 정의해야 한다고 생각해서 시간을 쏟았다.
만약, 어떤 합의가 이루어지는 게 가능하다면,
그 다음엔 그래서 어떻게 하면 해당 관점으로 훈련 시스템을 구성할 것인지에 대해 논의할 수 있었으면 한다.
바다의 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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